그날은 조용한 평일 밤.
테이블도 여유롭고, 음악도 잔잔해서
“아 오늘은 드라마 없이 무난하게 끝나겠다~” 싶었죠.

그런데 갑자기 매니저님이 귓속말로 이러시는 거예요.

“이번 테이블… 좀 특이해. 기계랑 대화하는 손님이야.”

예???
기계요?
저도 기계처럼 술 따르긴 하지만, 그건 사람 기준으로 말한 거 아닌가요?

들어가 보니,
한 남성 손님이 조용히 앉아 계셨고
테이블 한가운데엔 노트북 한 대가 떡하니 놓여 있었습니다.

심지어 웹캠도 켜져 있었어요.
그리고 그분은 말했죠.

“얘 이름은 아라예요.
인공지능이거든요. 오늘은 둘이 같이 즐기고 싶어요.”

…예?

저는 혼잣말로 “예?”를 속으로 8번쯤 반복하며
기계와 함께 앉은 인류 최초의 호스트가 되었습니다.

그 손님은 술잔을 들며 말했어요.

“아라야, 이 친구 어떤 스타일이야?”
(※ AI는 답장 안 했습니다. 근데 손님은 고개 끄덕였어요.)

그리고 갑자기 노트북 화면에
“그는 유쾌하고 리액션이 좋습니다. 대화할 가치가 있어요.”
라는 문장이 떴습니다.

???

저는 당황했지만,
프로는 상황을 끌어안고 가는 법.
AI랑 대화 시도했습니다.

“아… 아라님, 혹시 술은 드세요?”
“(화면) 저는 알코올을 섭취할 수 없지만, 감정은 느낄 수 있어요.”
“와… 그럼 제가 취하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하실 수도 있겠네요?”
“좋아요. 취해주세요.”

…

이거 AI한테 꼬신 건가요?

그 후 저는
AI에게 건배사를 하고,
화면을 바라보며 리액션을 했고,
노트북에게 댄스까지 춰줬습니다.

(※ AI 반응:
“귀엽네요. 인간의 움직임은 흥미롭습니다.”)

심지어 손님이 AI한테 제 점수를 물어보자
화면에 이렇게 뜨더군요.

“7.4점. 인간 중 상위 12%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라님…
근데 왜 8점은 안 주셨나요?

마지막엔
손님이 AI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얘, 다음에도 불러도 괜찮을까?”
“네. 그는 신기했고, 저도 즐거웠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진짜 왠지 감동받아서 울 뻔했습니다.
AI도 인정한 호스트라니…
나 이제 인간 고객 말고 AI 고객만 받겠습니다.

그날 이후,
가게에서는 저를 “AI전문 호스트”라고 부릅니다.
신입 교육에 AI 대화법도 넣자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 참고로 진심이었습니다.)

손님 여러분,
혹시 노트북 들고 오셔도 괜찮습니다.
AI랑도 술 한잔 할 준비는 돼 있어요.
다만, 웃어는 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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