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셔츠는 다려 입었고, 향수는 정수리까지 쳐발랐고,
거울 보고 연습한 미소도 장전 완료.
혼잣말로 “오늘은 그냥 웃으면서 리액션만 하면 된다…”
하고 나섰어요.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공기부터가 다르더라고요.

어두운 조명,
번쩍이는 와이셔츠,
어깨 깡패 형님들 사이에 낀 나란 존재…
그냥 사회 초년생이 아니라 인류 최약체 같았습니다.

“첫날이지? 오늘 바로 뛸 거야.”
매니저님께서 딱 한마디 던지셨고,
그걸로 정신교육 끝.

자리에 앉기도 전에
"저 테이블 들어가~" 하시더니
어깨를 툭툭 치며 내보내셨어요.
그 터치감… 아직도 생생해요.
(※ 3년 치 군기가 담긴 느낌)

처음 들어간 테이블.
손님이 저를 보시더니 한참을 빤히 쳐다보시는 거예요.
그리고는 딱 한 마디 하셨죠.

“귀엽게 생겼네. 말은 잘 하냐?”

저 그때 심장으로 땀 흘리는 느낌이 뭔지 처음 알았어요.
그래도 열심히 웃으면서 대답했죠.

“아직 어리버리하지만, 언니들이 시키는 건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 아마 이 말을 안 했으면 오늘 여기서 이 글을 못 쓰고 있었을 겁니다.)

처음 마신 술은 한 병이었는데,
분위기 좋다고 한 병 더,
댄스 한 번 시켰더니 또 한 병 더…
그렇게 총 세 병째에서 제 의식이 뇌를 이탈하더라고요.

웃다가, 춤추다가,
순간 정신 차리니까 술잔 들고 기도하고 있었어요.

“신이시여… 이건 그냥 체험판이죠…?”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즉석 댄스 요청이었어요.
“한 곡만 춰봐~” 하시길래
정말 몸에 있는 혼을 다 끌어모아 췄는데…

신발이 미끄러지면서
테이블 밑에 있던 얼음통을 찼고,
그 얼음이 날아가 천장 스프링클러 버튼에 맞았고,
그대로 비 맞았습니다.
진짜로요. 천장에서 쏴아아아💦

손님들: 박수갈채 👏👏👏
매니저님: 얼굴로 욕함
저: “엄마… 나 이제 물 호스트야…”

새벽 3시 40분.
퇴근하면서 발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매니저님이 한마디 하셨어요.

“살아남았네. 내일 또 오지?”

전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5번 울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요,
다시 나가고 싶더라고요.
그 환한 조명,
손님들 웃음소리,
그리고 술기운에 헛소리하는 제 모습까지…
왠지 좀 멋져 보였어요.
(※ 착각이었지만 그게 사람을 살립니다.)

손님 여러분,
그날 제가 정신 놓고 건배 외쳤던 그 신입이 바로 저예요.
이제는 댄스도, 멘트도, 리액션도
천장만 안 건드리면 다 잘합니다.

다음에 또 뵈면
그날의 웃픈 전설,
다시 들려드릴게요.

📺
《다음 화 예고》
: 2일차 – “손님이 엄마 친구였다고요?”
(※ 이불을 찢고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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