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출근.
전날 밤 집에 돌아가자마자 로션도 안 바르고 그냥 쓰러져서 기절했고,
눈 뜨니까 이미 출근 시간 30분 전.
전날 천장에 물 뿌린 죄인이라 오늘은 절대 사고 치지 말자 다짐하며,
입구에서 십자가 긋는 마음으로 가게 문을 열었죠. 🙏

처음엔 분위기 좋았어요.
선배 형들은 “어제 너 재밌었다”며 웃으면서 어깨도 두드려주시고,
매니저는 “오늘은 좀 덜 웃겨도 되니까 사고만 치지 마라” 하시더라고요.
(※ 참고로 “덜 웃겨도 된다”는 말은 **“어제 네가 너무 터트렸으니까 오늘은 조용히 굴어라”**란 뜻입니다.)

근데요.
문제는 세 번째 테이블에서 벌어졌습니다.
손님 네 분이 들어오셨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드리는데
그중 한 분이 저를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시더니
“어머머머머!!” 하시며 제 손을 덥석 잡는 거예요.

“너… 혹시 O초등학교 나왔니?”
“네??”
“혹시 엄마 이름 수경씨 아니야??”
“.....어??”

순간 숨이 멎었고,
머릿속으로는 가족관계등록부부터 주민등록등본까지 스캔 돌렸습니다.

결론:
그분은 어릴 적 동네에서 자주 보던 엄마 친구,
그리고 제가 7살 때 양배추김치 못 먹는다고 울던 걸 목격한 분이셨습니다.

그 다음 대화는 이렇게 이어졌어요:

“어머 세상에! 너 이렇게 컸네~
어릴 때는 맨날 꽁꽁이 데리고 다니더니~”

(※ '꽁꽁이'는 제가 어릴 때 끌고 다니던 인형 이름입니다. 이 시점부터 제 예명이 ‘꽁꽁이’가 되었습니다.)

다른 손님들은 폭소 터지셨고,
그 테이블은 곧 “꽁꽁이와 이모” 컨셉으로 3시간 풀세팅 되었습니다.

“꽁꽁아~ 이모가 오늘 쏠게!
와인 땡겨! 스파클링 2병! 이모가 쏜다 쏴~!!!”

그날 저는

• 와인 서빙
• 건배사 7종 세트
• 꽁꽁이 춤 (애드립 즉석 창작)
• 그리고 이모님 전용 폰 배경화면 셀카 서비스

까지 수행했습니다.

물론… 그 테이블 끝나고
사장님께 불려가 “꽁꽁이가 뭐냐?”고 혼났습니다.
하지만 매출 보고 확인한 뒤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꽁꽁이, 매출효자 등극. 🐧💸

그리고 그날 밤 4시 30분.
문자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엄마]
“너 혹시 요즘 야간 알바해?”
“박 여사님이 너 일 열심히 한다고 자랑하더라~^^”

그 문자를 본 순간…
집 앞 도로에 냅다 누울 뻔했습니다.

이불킥급 민망함을 뒤로하고 느낀 점.
이 바닥, 진짜 세상 좁아요.
**“엄마 친구 손님 확률은 0.0001%”**가 아니라
**“생각보다 자주 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죠.

손님 여러분,
혹시 가게에 들어왔는데 "어머~ 너 혹시 O씨 아들/조카/동생이니?"
이런 말 하실 분이시라면…

제발… 그냥 모르는 척만 해주세요. 🙏
그럼 서비스 댄스 3단계까지 바로 들어갑니다.

📺
《다음 화 예고》
: 3일차 – “신입이 손님한테 차였다”
(※ 고백한 거 아님. 그냥 눈빛만 줬을 뿐인데... 왜 거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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